석사 졸업과 취업 준비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한지 4달 가량이 흘렀다. 그간 나는 석사 졸업에 필요한 "교수님과의 협의.. 협상?(^-^...)", 투고 논문(CAE-CF)에 대한 처리, 연구실 행정 처리에 대한 인수인계, 여러 기업들을 기웃대며 취업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한편으로, 일기도 한 장을 못쓴 채 몇 달을 졸업과 취업이라는 두 가지 걱정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며 지내오다 보니 마음 한 편이 너무나 답답했다. 오늘은 출근을 하기 시작한 첫 주의 첫 주말이므로, 커리어를 대하는 마음 가짐에도 정리가 필요하고.. 스스로의 흔들림 없음이나, 고요를 되찾기 위해 블로그 게시글을 써보는 게 어떨까 싶어졌다.
뭐니 뭐니 해도,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졸업보다는 나의 재취업이고, 그 결과는 어떤 식으로건, 형태로건, 감상으로건, 내 주변인들에게 약간의 영향을 주는 듯 하다고.. 나는 그렇게 느낀다. 그것이 부정적인 피드백이건, 긍정적인 피드백이건 말이다. 나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타인은 그 일부만을 알 수 있고, 그 일부에 대한 감상만을 가질 수 있으므로 '나에 대해 오롯이 아는 것은 나뿐이라는 마음으로' 나는 나의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소통하고자 노력중이다. 이 글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때문에, 취업에 이르기까지 내가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를 여기에 정리해두고 싶다. 완벽한 타인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하고, 나의 타인과 나의 주변인들이 읽고 나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한다. 석사 4학기가 시작된 9월즈음부터 일어난 일들을 시간 순으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Chapter 0. 석사 4학기 시작 전
3학기를 마친 6월말, 나는 지도교수님의 배려와 동기의 도움으로 KCI게재지인 응용통계연구에 1저자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다. 연구에 대한 지분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정량화하면 교수님의 작지만 크리티컬한 맨파워가 10%, 나의 아집 45%, 그걸 실현하게끔 도와준 성환(대학원 동기)이의 기술과 선한 마음씨가 45%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1저자를 달게 된 것은 지도교수님과 동기의 배려심 덕이다.
사실 이러한 결과의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숨어있다. 우리 학교에는 KCI급 이상 게재지에 제1저자 투고+교신저자로 지도교수가 들어가면 석사 논문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다. 지도교수님은 석사논문을 면제하게끔 해줄터이니, 내가 연구해오던 추천시스템에 관련한 논문을 해외 투고해보자셨다.
나는 석사 3학기부터 앞으로 채용 시장에서는 점차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경험이 우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러한 오퍼를 감사히 받아들였다. 이맘때쯤 나는 오토인코더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 연구를 시작했으며 여러 온라인 강의, 깃, 유튜브 등등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모두 정리했다. 랩 세미나에서도 가능하면 내 세션에 해당 내용을 공유했다.
한편으로, 이때 쯤 나는 취업 준비를 위해 여러 유통기업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유통기업에 가겠다는 발상은, 그저 제조사를 다녀보니 유통이 차라리 낫다는 단순한 감상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등등의 오프라인 기반 유통 공룡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롯데마트에서 데이터분석 직군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고, 서류를 써서 냈다.
물론, 연구실과 대학원의 잡다한 행정 업무들은 여전히 내 몫이었다. 우리 연구실 사람들은 각자의 몫을 해내야만 하는 시기에 돌입했고, 나도 마찬가지로 묵묵함을 가질 수 밖에는 없었다. 동기와 후배들에게 참 고마울 따름이다.
Chapter 1. 석사 4학기 시작
학위 논문 면제 제도 덕분에, 나는 주변 대학원 동기들이 석사 초록 발표를 진행하는 와중에 몇몇 기업의 면접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여유로운 일정은 아니었다. 석사 학위라는 것이, 만만하다면 만만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고스톱 쳐서 따는 학위는 아니지 않겠는가.
나는 9월부터 11월까지 약 40개의 서류를 제출했는데, 승률이 55% 가량이니 운이 좋게도 서류 탈락을 그리 많이 접하지는 않은 듯 하다. 그나마 좀 잘 팔리는 전공을 선택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요즘에는 써먹기 좋은 중고 신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그간 매년 매년 열심히 자격증을 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합격으로 당락이 결정된 정확한 이유는 알 길이 없기 때문에, 그러므로-그래서-그냥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기업이 있겠지만 이마트, 롯데마트 등등의 면접을 본 뒤 내가 가진 감상은 하나다. '이들은 아직 데이터를 이용할 준비가 안됐다.' 는 점이다. 그것이 내가 오프라인 유통기업을 취업리스트에서 배제한 이유이다.
그런데 또, '네카라쿠배'라고 하는 기업들에 자신있게 도전하기에는 내 스스로 느끼는 약점인 코딩 실력에 대한 의심이 있었으므로, '데이터 분석' 업무와 정말 유관한지 모를 코딩 테스트(특히, 알고리즘 테스트를 보는 유형의 테스트)들을 보는 기업들에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제서야 코테를 뚫기 위한 공부까지 병행하기엔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우선 내 연구와 졸업 준비를 병행하면서 백준 정도의 코테 공부는 약간 했지만, 가능하면 코테를 보지 않는 기업에 입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외에도 내가 따져본 회사의 조건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아래와 같다. :
조건 1. 직무는 반드시 데이터 분석직(쓸데없이 Data scientist 같은 모호한 직무명을 갖고 있으면서 엔지니어링까지 요구하는 Capa 부족한 회사 제외, 내 능력으로 커버되지 않는 AI 개발 등은 제외)
조건 2. 최대 통근 시간은 1시간
조건 3. 급여는 중고 신입사원으로 취업하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연봉 최소 4500이상
조건 4. 여자친구의 이직 및 결혼을 고려했을 때, 가능하면 근무지 위치는 서울 이내
Chapter 2. SSG닷컴 서류제출(10/15 ~ 10/28)
10월 15일, SSG닷컴 채용공고가 떴다. 마감일은 10월 28일이었다.
이 당시 나는 딥러닝 기반의 추천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AI개발 쪽도 약간의 관심을 갖기는 했다. 하지만 전형 상 1) 코테의 존재, 2) "AI"라는 용어가 커버하는 넓은 영역을 감당할 자신 없음, 3) '추천'이라는 필드는 매우 좁기 때문에 이 업무를 반드시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함(형의 조언). 을 근거로 생각하여 원래의 조건에 부합하는 DA직무에 지원했다. 그리고, 올바른 판단이었다.
지원서 양식에서의 재밌는 점은 취미/특기, 그리고 여행사항까지 작성하도록 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문항은 다음 3개였다. :
문항 (1) 당사에 지원한 이유와 입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문항 (2) 지원한 직군에서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과 본인이 그 일을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차별화된 능력과 경험을 기술하시오.
문항 (3) 학업 외 가장 열정적이고 도전적으로 몰입하여 성과를 창출했거나 목표를 달성한 경험을 기술하시오.
문항 작성에 앞서, 나는 학부 동기 중 신세계인터내셔날 인사 직무로 근무중인 학부 동기를 떠올려냈다. 같은 신세계 그룹사이기 때문에 공유하는 가치관이 있으리라 생각하여 연락을 한 것이었다. 학부 동기는 내게 SSG닷컴에 재직 중인, 나 또한 안면이 있는 다른 학부 동기에게 연락해볼 것을 권유했다. 재직 중인 동기는 내가 지원한 DA직무에 재직중이었다. 운이 좋았고, 지금 되돌아보면 나의 취업은 내 주변인들의 협력과 관심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었으리란 생각이 든다. 사내 환경과 업무 영역에 대한 질문을 해두었고, 이러한 QnA는 입사 전형에 정말 귀중한 정보가 되었다. 나는 여러 사람의 말을 수집해보고, 그 뒤에야 자소서를 작성했다.
각 문항에 대한 자기소개 작성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리해보면, 각 문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작성했다. :
답변 (1) [추천과 데이터분석을 공부하게 되기까지] : SSG닷컴의 추천팀 인터뷰를 참고하여 가장 최근 런칭한 눈치빠른 쓱검색 서비스에 대해 언급, 식품사 - 대학원 - 추천 공부까지의 스토리를 요약, 자격증 취득을 예시로 들며 '공부하는 태도' 어필.
답변 (2) [데이터 마이닝 프로젝트를 통해 분석 기초를 다진 지원자] : DA 업무에 필요한 여러 유형의 분석 주제(가격예측, 개인화 추천)를 가진 대학원 프로젝트 경험 어필, 각 프로젝트 요약(블로그 내 이력서에 쓰인 양식)
답변 (3) [적극적 태도로 얻은 동료들과 논문 게재 성과] : 이 글에서도 언급한 제 1저자 논문 작성 과정, 대학원 행정조교/연구실 행정을 전담하며 얻게 된 동료들과의 교류에 대한 어필
Chapter 3. SSG닷컴 서류결과 통지 및 1차 면접(인성+기술) 준비 (11/26 ~ 12/7)
11월 26일, 한 달이 지나서야 서류전형 결과가 도착했다. 1차 면접은 인성, 기술 면접을 종합한 전형으로 12월 7일에 진행하게 되었다. 1차 면접 전, AI 역량검사 또한 진행해야 했다. 이 당시 나는 AI 전형이 포함된 여러 기업의 면접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AI 역량검사 또한 내게는 큰 숙제였다. 유튜브에서 AI 검사 잘 하는 법 따위를 찾아보고, 연습했다. 검사 방식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약간 도움이 되었지만, 이 검사가 면접 과정에 크리티컬한 영향을 준다면 나는 통과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다행히도, SSG닷컴에서 만큼은 AI역량검사는 참고사항일 뿐 전형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인사팀에서 설명해주었다).
12월 7일 4시, 비대면(Zoom)으로 면접에 참여했다. 그 전날, 인사팀에서 미리 면접 리허설을 진행해주었으므로 면접 참여에는 문제가 없었다(인사팀 분들 너무 친절하시다..).
1차 면접에 대한 복기를 해두었는데, 답변까지 오픈할 순 없겠으나 당시 내용을 참고해서 받았던 질문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1) 간단한 자기소개
2) 식품사 근무 이력에 대한 질문
3) 근무 경험과 DA직무와의 연관성
4) 경력 우대를 받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
5-1) 동산 가격 예측 프로젝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 요구
5-2) 해당 프로젝트에서 어떤 모델을 주로 활용해보았는지
6) 에너지기술연구원 프로젝트에 대한 간략한 설명 요구
7) 입사 후 어떤일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지?
8) 고객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만 말씀하셨는데 물류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는 관심없는지
9) 학부에서는 산업공학 전공했는데 비선형 최적화에는 자신 없는지?
10) 보통 본인이 속한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 편인지?
11) 모든 산업 분야에서 왜 하필 E-commerce로 진출하고 싶은지?
12) 식품사 근무 경험이 그러한 결론에 인사이트를 준 바가 있는지?
13) 기술 스택은 어떻게 보유하고 있는지?
14) 우리 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크신 것 같은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15) 하고 싶은 말 혹은 질문해보라
면접은 대략 40분 정도 진행되었던 듯 하다. 땀이 많이 났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그래도 90점 정도의 답변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는 약간의 운도 나를 찾아줬다. 나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SSG닷컴 추천팀 팀장님의 인터뷰를 인용한 바 있고, 그러한 내용을 면접과정에서 자연스레 답변에 녹여 대답했는데 입사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질문 주신 분이 그 인터뷰 하셨던 추천팀 팀장님이셨다. 어쩐지, '임직원도 안보는 걸 찾아 보셨다'면서 엷게 미소 지으셨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Chapter 4. SSG닷컴 1차면접 결과 통지 및 2차 PT 면접(드림스테이지) 준비 (12/16~12/28)
그로부터 열흘쯤 지나 12월 16일에 2차 PT면접에 참여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PT 면접 주제는 오픈하기 어렵지만, 각 직무 별 PT 주제가 모두 달랐고 나는 내 직무의 주제 중 좀 더 거시적인 주제를 골라서 PT를 준비했다. 사실, 이 과정이 면접 전형의 백미라고 할 법 한데, 혹시나 문제가 될 것 같아 오픈할 수 없음이 아쉽다.
이 전형에서는.. 현직 컨설턴트인 친형의 도움이 매우 매우 컸다. 발표 디자인에 대한 조언을 매우 많이 받았고, 정말 감사한 생각뿐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감사하게도, 자료를 모두 작성한 뒤엔 현직에 있는 동기에게도 발표 방식에 대한 조언 받을 수 있었다.
내 발표의 제목은 '온/오프 통합 플랫폼을 위한 동네생활권 데이터 활용 제안' 이었다. 근래 급성장한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SSG닷컴에서도 접목해서 활용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주어진 PT 시간은 10분이었다. 발표 개요 정도는 일부 Blur 처리하여 공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은 수준으로 준비했으니 참고해주면 좋겠다. :
PT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평가나 질문이 있었다. :
1) 우선 PT 자체는 현직에서 일하는 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발표 잘 봤다.
2) 제안된 첫번째 아이디어의 '가설'은 뭐라고 상정했는가?
3) 두번째 아이디어의 경우 아이디어 제안 자체에만 치중했는지, 가설이 보이지 않는다. 정리해볼 시간을 줄테니 가설을 다시 정의해보라.
4) 기획이란 공수(돈)가 드는 법이다. 제안의 효과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해보라
5) SSG닷컴 외에도 DA직무를 뽑는 회사는 많다. 왜 SSG닷컴에 입사하려고 하는가?
6) 이력을 보면, 추천 연구 해본것 같다. 그런데 입사 후에 꼭 추천업무를 하게 될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분석 전체를 알게되는 것에 도움은 될것으로 좋게 생각한다.
일단, 자료 준비와 발표에 대한 칭찬을 들었기 때문에 면접 자체는 잘 준비해서 잘 봤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면접 전형 중 가장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Chapter 5. 최종 임원면접 (1/5~1/17)
그러고도 또 1주일이 지나 이제 2022년 1월 5일 2차 PT 면접 결과가 나왔다.
입사 전형 단계가 너무나 많아서(서류 - AI역량검사 - 1차면접 - 2차PT면접 - 임원면접), 오래 걸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정말 결과를 받는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취준생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고통을 주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제는 다 지났으니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1월 17일에 이르러 임원 면접을 치렀다. 현직 동기는 대체적으로 인성 면접일 것이며, 취미나 특기까지 이력서에 써둔 질문 할 수 있으니 제출한 이력서 다시 점검해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실제로, 면접 중에 대표님이 KTX 내일로 타고 여행 왜 갔다 왔냐는 질문까지 했다.
당일이 되어, 면접을 들어갔는데 동일 직무끼리 다대다 면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직무가 모두 함께 들어가서 면접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물론, 모두 TECH 직무 지원자들이긴 했지만 어떤 식으로 면접이 진행될지 들어가기 전까지 감을 잡지 못했다. 게다가, 답변 순서가 내가 6명 중 1번이었다. '따라주던 운이 오늘은 따라주질 않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착석하고, 첫번째 질문 후로 나는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100점 짜리 답을 할 정도의 고민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가능한 정확하게' 답변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질문 받은 사항은 복기한 내용을 참고해보면, 다음과 같다. :
1) 자기소개 해봐라 : 나는 아주 단순한 수준으로 내 이력을 전달했고, 왜 하필 분석직에 지원했는가 정도만 어필했다. 내 답변 이후로, 나머지 지원자들은 주로 자기가 입상했던 경험, 프로젝트 경험을 아주 세세하게 표현했다. 나는 이 시점에서 답변 방식에 대해 반성했고 답변 전략을 수정했다.
2) 면접 전형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고, 그 어려움의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말해봐라 : 역시 드림스테이지였다고 답했고, 내 주변의 인적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내가 가진 최대 능력 이상의 결과를 어필하려 노력했다고 대답했다.
또, 면접 대기실에 걸린 액자에서 본 '고객제일' 이라는 문구를 말하며 아직은 도메인 참여자, 그러니까 E-Commercer가 아니기 때문에 주제 파악이나 제안 제시가 가장 어려웠으나 앞으로 도메인 참여자로서 노력하여 고객제일을 이뤄내는 것에 일조하고 싶다고 답했다.
3) 입사하여 5년 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 이 부분은 복기한 내용을 그대로 적어도 될 것 같다.
계속해서 고객중심을 키워드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제가 최근 읽은 문장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이 '고객은 2mm 규격의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2mm의 구멍을 원한다.'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러한 제 경험적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대학원에서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이 통계적 완전성 보다는 모델링 혹은 분석의 속도에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예측 모델 개발으 위해 의사결정나무모형을 제안하는 경우, 저는
이 모델링이 최적화되는 것에 관심이 있을 것이며 모델의 피팅에 집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의 경우 필요에 따라 최대한 잘 피팅된 모델보다 depth가
깊은 모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혹은 잘 피팅된 모델보다는 빠르게 모델을 제안해주길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 관점에서는 그러한 해결책을 전달하는 것이 꼭 좋지는 않겠습니다만, 저는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솔루션의 속도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가능한 이 '빠른 속도'에 익숙해지는 것을 단기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메인 적응 후에는 분석가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조직 내 데이터 전문가로서의 역할도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데이터 분석은 제 전문분야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대부분의 조직원은 데이터 리터러시, 그러니까 데이터를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할 것입니다. 저는 데이터 분석가가 조직원들의 데이터리터리시를 배양하는 것에도 데이터에 대한 가이던스를 줌으로써 지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 KTX로 여행 왜 다녀왔냐? : 3)에 대한 답변 전까지는 사실 면접관들이 내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딱히 해주지 않아 불안한 상태였는데, 3)의 답변을 듣곤 다음 차례 참석자 답변 직전에 갑자기 대표님께서 이 질문을 하셨다.
이 부분도 복기한 내용 그대로 올려도 될 것 같다.
우선 제가 20대 초반에 다녔던 여행입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제가 여행을 혼자 다녀본 경험이 없었고, 입학 후에 친구들을 둘러보니 사투리를 쓰는 친구들도 많고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많은데 이 작은 땅에서도 참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내일로 라는 티켓이 굉장히 저렴한 방법으로 전국을 다니기에 좋은 방법이라 내일로로 여행을 했고 제가 바다를 좋아해서 서해 남해 동해을 들러 서울로 돌아오는 식의 여행을 했습니다.
5) 뭘 느꼈냐 :
지방별로 문화가 굉장히 다르다고는 느꼈지만 당시에는 거의 대부분의 특산품이 비슷비슷하단 감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주도 팥빵, 대구에도 팥빵, 통영에도 팥빵.. 그런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린 여행은 20대 초반의 경헌이고 최근에 다시 여행을 가본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요즘은 그래도 다양성이 강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별로 나만 아는 과일 장수가 있다던지, 까페가 있다던지 하는 부분이 그랬습니다.
바로 옆 동일 직무 지원자에게는 이력서에 EDA, 데이터 전처리부터 분석까지 다해보느라 애썼다고 써놨는데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질문, 점차 PM으로서 추출단부터 알아야 분석 흐름 알수 있기 때문이라 답변.. 이후 5년 후 모습에 대해 지원자 답변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테크쪽 리더가 '구체적으로 뭐가되고싶은건지' 재질문, 답변.
6) 테크 리더라고 소개한 면접관님 질문, '최근 스스로 배우고 있고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 뭐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 :
최근 논문 투고 때문에 연구했던 딥러닝 기반의 추천시스템에 대해 요약드리겠다. 저는 Rating elicitation 전략을 위한 변형 오토인코더 기반의 추천 모델을 개발했다. rating elicit은 쉽게 말해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 신규가입하는 신규User에게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3개 정도 고르라고 하는 방법이다. 기대효과로서는 cold start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다. 저는 이걸 위해 concrete autoencoder를 활용했고 feature selection을 하여 이 전략을 위한 seed itemset을 추출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후 총평 혹은 자율 질문 등 없이 그대로 면접 종료.
개인적으로, 모든 면접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안좋은 컨디션의 대답만 하고 나온 면접 전형이라고 생각(본인 판단 70점짜리 대답들).
Chapter 6. 최종발표 (1/25)
그로부터 또, 1주일 하고도 하루가 더 되어 결국 최종합격 결과를 통보받았다.
결과를 SNS에 공유했는데, 웃프게도 이거 채용연계형 인턴 합격한거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 정규직인데, 수습 기간을 갖고 있다는 정도로 알아주셨으면 참 좋겠다. 입사 후 직급은 대리.
그리하여서 정말 잘~~ 놀고 2월 5일부터 현재 인턴십(입문교육)을 하고 있다.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대체로 입사 후 아직 모든 동기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예전에 몸담은 조직의 동료들보다는 진취적이고, 변화에 탄력적인 사람들이란 인상을 많이 받았다. 특히, 조금 더 무엇이든 개선해보려는 의지나 '나의 일'을 잘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아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뭐, 물론 전 직장에서도 그런 사람이 '아주 약간' 있긴 있었다. (서글펐던 점은, 그런 사람들은 '특이한 인간'으로 낙인찍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비율에 있어서는, 이 새 직장의 조직원들이 더 높은 비율을 갖고 있다고, 현재까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잘 옮겼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는 것은, 정말 나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물론 아직 업무에 투입되진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말이다.
나는 그냥, 이 글을 가능하면 내 주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를 조금만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 취업 수기는 이만 끝! 모두 행복한 한 해 되셨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내가 해야 할 공부에 무엇이 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